나는 아직 4월의 설레임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눈을 떴는데 오늘이 벌써 5월 초하루라니! 나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옛날 우리가 젊었을 때 상영된 < Great Walts>라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Johann Strauss(1825~1899)가 그의 애인과 함께 부르던 그 ‘사랑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그 영화를 몇 번씩 보면서 그 노래와 가사를 기억하던 그 때의 나는 젊은 사람이었는데!
One day when we were young One wonderful morning in May, You told me, you loved me When we were young, one day. 우리가 젊었던 그 아득한 옛날에 우리가 젊었던 어느 날 찬란하던 5월의 어느 아침 사랑한다고 그대는 내게 속삭였지 우리가 젊었던 그 어느 날
이 가사가 정확한 지 아닌지도 나는 모릅니다. 하도 오래 이렇게 기억하고 있어서 이젠 바로잡을 수도 없습니다. 독창회를 할 것도 아닌데 내가 그 가사에 신경을 쓸 까닭이 무엇입니까? 이 노래를 부를 때 내 흥을 깨지 않기 위하여 나는 이 노래를 앞으로도 이렇게 부를 겁니다.
정부가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특히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로 삼아서 각종 행사가 벌어질 것입니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판국에 왜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가 어버이 구실을 제대로 못하면서 <어버이날>을 제정한 것은 좀 웃기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잘해 보자는 뜻이다”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없습니다.
Johann Strauss만이 5월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이제 늙어서 젊었던 한 때를 돌이켜 보니 사랑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청춘은 인생의 가장 괴로운 한 때일 수도 있습니다. 그 ‘가시관’을 벗고 그래도 오늘 나는 편하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5월의 그 아침’이 그립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