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교수 ; 세가지는 묻지 말라

김동길 교수 ; 세가지는 묻지 말라

싸릿골 0 8,388 2016.10.13 15:31

세 가지는 묻지 말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물어선 안 될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인 경우에 그 세 가지가 무엇인가 궁금한 사람이 많겠지만

그 세 가지는 매우 간단한 것입니다.

누구를 만나도 “고향이 어디지?”라고 묻지 말라.

그 사람이 자기의 고향을 자기가 정한 뒤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무슨 대학 나왔어?”라고 묻지 말라.

물론 나면서부터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해서 일류대학에 힘들이지 않고 쉽게 들어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부모의 노력이 성공의 70% 내지 80%를 차지하는 우리들의 교육 현장임을 감안할 때 그런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누구이든 처음 만나서 통성명할 때, “아버지가 누구냐?”

묻지 말라고 나는 후배들에게 가르칩니다. 누구도 자기 아버지를 자기가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 말은 그의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오늘 처음 만난 그 사람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된 사회라고 지적하는 이들은

한국인이 지나치게 지연(地緣) 학연(學緣) 혈연(血緣)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고향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줍니다.

동향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는 하지만 지나치면 사회에 병이 듭니다.

작년에 ‘물방울 작가’인 김창열 화백이 찾아와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김 화백이 “나도 맹산 사람이다”라고 하여 한편 놀라고 한편 기뻤습니다.

최근에는 그이 동생 김창활이 <형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내게 한권 보내 주어서 읽어봤는데 흥미진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형 창열이와 나는 맹산이라는 험한 산골에서 비슷한 때에 태어났는데 태어난 곳이 또한 서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백세청풍(百世淸風)의 김병기 화백이 “맹산에서 인물이 둘이 났어. 김동길과 김창열이야”라고 했을 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맹산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나는 한국에서는 동창회에 가끔 참석하지만 미국에 들렸을 때 연대동문회에서 환영회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외국에 나와서까지 출신학교를 따질 필요는 없다.” - 이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조상을 앞세우는 사람, 혈통(血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사람은 새로운 민주사회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피’(血)로 만들어진 인간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정액 속의 정자 하나가 과감하게 어머니의 난자(卵子)를 향해 달려가서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태어났는데 거기에 ‘피’(血)라고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습니다.

‘핏줄’ 운운하는 것은 허망한 수작입니다. DNA이야기는 좀 재미있지만 ‘blue blood’는 동서를 막론하고 지극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랑입니다.

자유민주주의로 이 모든 미신을 타파합시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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